표 의식해 조율없이 발표먼저, 당내·정부에서도 난색 시장 혼란만 가중
당과 정부 일각의 반발도 넘어야 반성문 ‘진정성’ 확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반성문’ 쓰기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점을 올리고, 보유세 면제를 확대한다고 한다. 또 주택구입 대출 문턱도 낮추는 게 지금까지 나온 여당의 부동산 정책 전환의 골자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헤럴드경제DB] |
세금으로 압박하면 다주택자나 납세 능력이 없는 노년층이 매물을 던지고,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던 집권 4년 간의 논리를 스스로 단숨에 뒤집는 파격이다. 때마침 나온 한 여론조사에서 종부세 완화에 44%가 찬성, 반대는 38%에 그친 결과도 이런 여당의 변신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모두 현실화 된다 해도 집값, 주택시장 안정이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2030세대와 무주택자들에게는 이미 있는 집에 대한 정책보다는 앞으로 생길 새 집에 대한 정책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찬에서 부동산이 주요 대화 주제로 올라간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인 여의도 시민아파트를 방문해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당부한 오 시장에게 문 대통령은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면 낭비 아니냐”고 답했다. 기존 4년 간, 더 길게는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간 지난 10년 간의 재건축 불가 인식에 변함은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의원이 불참한 채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과시키는 모습 [사진=연합] |
하지만 여당의 반성문은 당론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보다는 지역구 표를 의식한 각 의원들의 ‘아무말 대잔치’ 느낌이다. 당정간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표를 의식해 먼저 발표부터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실제 세금 완화 논의 일주일 여만에 당내부와 정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반성문이 반성문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우원식 의원은 “바람이 분다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서야 되겠냐”며 정책 수정 움직임을 비판했다. 또 ‘1가구 1주택법’과 ‘그래도 집값은 안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던 진성준 의원도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과세 조치를 완화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냐”며 기존 정책 고수를 주장했다.
정부를 대표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를 묻는 질문에 “3~4%의 국민이 종부세를 내는데, 모든 국민에게 떨어지는 세금으로 오해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답했다. ‘부자증세’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기존 정부 논리에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반성문이 진정성을 인정 받으려면 내용과 형식에서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10장, 100장을 써봐야 잘못한 부분에 대한 인식과 수정 의지가 없다면 ‘변명문’에 불과하다. 또 간헐적으로 한두장 낸 반성문은 읽는 사람에게 ‘진짜 반성은 하는 건가’라는 의구심만 들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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