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집값이 비싸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 내려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실제 내려갈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집값 전망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세부 수치는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오른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내린다’는 답변은 10% 전후에 불과하다. 나머지 30~40%는 ‘현재 수준 유지’나 ‘모름’이라는 답변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집값이 오르거나 현상유지를 할 것이라고 본다는 이야기다.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건 ‘당위론’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단지모습. [헤럴드경제DB] |
‘부동산 투기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명제다. 투기는 부동산값을 띄우고 서민 주거안정을 흔든다.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지금 집값이 투기 때문에 오른 건지에는 의견이 다르다.
정부는 집값이 많이 오른 이유로 늘 투기를 지목한다. 문재인 정부 세 번째 국토교통부 수장을 맡은 노형욱 장관도 역시나 취임사에서 “주거안정과 투기근절을 최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장에선 인식이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책으로 투기세력이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정부에선 집을 살 때마다 ‘자금조달계획서’ ‘입주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 한국부동산원은 ‘실거래가상설조사팀’, 서울시는 ‘민생사법경찰단’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이상 거래’를 확인하고 있다. 단속활동도 수시로 벌인다. 이상 거래가 보이면 바로 확인작업에 들어간다. 강남 등 인기 지역 중개업소엔 한국부동산원 등으로부터 ‘부동산 거래신고에 따른 관련 자료 제출 요청서’를 받았다는 곳이 많다. 14일 이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은 역대급으로 강력하다. 취득세만 집값의 12%를 물어야 한다. 집값이 올라도 양도세는 시세차익의 최대 60%까지 중과된다. 대부분 은행 PB센터에선 지금 다주택자들이 추가로 집을 사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 지 오래됐다. 지금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건 실수요자지, 다주택자 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민 주거안정이 중요하고, 투기가 나쁘다는 건 ‘당위’의 세계다. 누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지도자들이 당위론을 강조하면 정의로운 것처럼 보인다. 처음엔 멋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으면 국민의 실망은 점점 커진다.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 딱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기존 부동산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해 시장에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당위론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을 것을 더 많이 말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공감하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하나 마나 한 말보다 현실적인 말, 실현 가능한 정책이 더 많이 필요하다.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