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 고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헤럴드 DB]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명품구매와 중고거래를 동시에 즐기는 세대.’
MZ(밀레니얼+Z)세대의 돈 쓰는 방법은 그 어떤 세대와도 다르다. 이른 새벽부터 백화점 명품관에 길게 줄을 선 20대의 ‘오픈런’ 풍경과,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달려가는 MZ세대의 소비는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색안경(?)을 끼고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윗 세대와 달리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돈에 솔직하다. 돈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흡사 게임처럼 재테크를 즐기고, 자신들의 가치와 맞는 곳에는 ‘돈쭐’(돈을 혼쭐)을 내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불매로 응징을 서슴지 않는다. 느슨하지만 강력한 플랫폼 연대는 이들의 강력한 무기다.
우선 MZ세대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소비를 적극적인 도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윗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넘쳐나는 인증사진과 댓글은 MZ세대의 ‘과시적 소비’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경우 MZ세대(2030)의 명품매출 비중은 2018년 38.1%에서 지난해에는 46%로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전체 명품매출의 절반 이상인 50.7%가 MZ세대에서 나오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엄 굿즈' 모습.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
그렇다고, MZ세대를 사치스럽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명품도 이들에게는 일종의 ‘경험’인 동시에 재테크 기회로 여겨진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MZ세대는 가난하지도 않지만 이들은 체감상 부유한 세대도 아니다. 특히 사회적 양극화 속에 부모세대보다 잘 살 수 없다는 좌절감은 치솟는 집값, 낮은 취업률 앞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김소영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돈 안에서 명품 한 두개 가지는 걸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2008년 금로벌 금융위기, 1998년 IMF 때도 좌절했던 세대들이 소확행하고 했는데, 명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지금이 더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MZ세대에게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것은 아미, 메종키츠네 등 접근 가능한 가격의 준명품 브랜드다.
MZ세대가 자본주의 법칙에 밝은 ‘자본주의 키즈’(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로 통하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이들은 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솔직하며, 예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스니커즈, 시계, 가방 등 명품 리셀(Resell) 시장에 MZ세대가 유입되면서 중고플랫폼이 급성장한 것도 이들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자본주의와 공정·정의·환경 등 사회공적인 가치관과 신념(미닝아웃·meaning out)의 연대는 플랫폼을 통한 적극적인 공유와 만나 사회와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선한 영향력을 가진 ‘착한 기업’으로 각인되면 ‘돈쭐’의 대상이 되지만, 최근의 젠더 이슈처럼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남혐’ ‘여혐’ 프레임이 씌워지고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논란된 GS25 이벤트 사진(왼쪽) 및 무신사 이벤트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
돈에 솔직하다보니, PPL(간접광고)이나 앞광고에 솔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응징을 한다. 최근 한 인기드라마가 중국자본의 PPL로 논란이 되고,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만에 폐지되는 사극이 나온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소비자학 전공) 교수는 “MZ세대의 가치소비는 명품, 가심비 등 플렉스 소비와 연결이 되는 동시에 모순적일 수 있지만 윤리성, 친환경, 진정성, 공정성까지 생각하는 특징을 보인다”며 “다른 어떤 세대와도 다른 세대로 향후 시간이 흐르면서 연령효과와 세대효과의 특징들이 결합하면 변화의 추이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