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은 이달 HMR 브랜드 ‘소반’을 리뉴얼하고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세븐일레븐 제공]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밥 수요가 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식품업계는 물론 유통채널까지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식품 소비가 늘면서, 배달플랫폼까지 확대된 HMR 시장은 유명맛집 메뉴 선정부터, 더 간편한 조리방법까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4조2000억원대를 달성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9.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5조원대를 돌파하게 된다.
대상 청정원은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HOME:ings)’를 25일 론칭하고 메인 요리와 볶음밥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대상 제공] |
시장규모가 급성장함에 따라 HMR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대상 청정원은 간편식 브랜드 ‘호밍스(HOME:ings)’를 25일 론칭하고 메인 요리와 볶음밥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홈(HOME)에 현재진행형을 뜻하는 ‘ing’를 결합해 만든 브랜드다. 안주 가정간편식인 ‘안주야’에서 강세를 보인 청정원은 상대적으로 식사류 HMR에 취약했으나, 이번 브랜드 출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HMR을 강화할 전망이다.
식품업계는 이달 HMR 강화 소식을 연이어 알리며 HMR 인기를 실감케 했다. 동원F&B는 이달 ‘양반’ 브랜드 제품군을 확장하고 한식 HMR을 대표하는 메가브랜드로 육성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롯데푸드 또한 이달부터 김천공장 증축 간편식 라인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푸드는 HMR 생산 확대를 위해 총 9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상반기 중으로 HMR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샘표도 ‘티·아시아’ 커리를 출시하는 등 상온 HMR 사업을 확장중이며, 풀무원은 생면공장 준공과 함께 면류 HMR 공략을 더욱 강화한다.
업계 선두인 CJ제일제당 ‘비비고’는 국물요리 매출 목표만 해도 올해 2600억원에 달한다. 비비고 국물요리는 2016년 6월 출시 후 5년간 누적판매량 3억봉, 누적 매출 7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주 구매층인 초중고 자녀가구의 국물요리 침투율이 60%(1년에 한 번 이상 구입하는 가구수의 비중) 이상인 가운데, 간편식에 대한 거부감이 높았던 시니어가구도 40.8%의 침투율을 보이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시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식품관 투홈’은 서울 용산구 짚불구이 전문점 ‘몽탄’의 인기 메뉴를 HMR로 만든 ‘몽탄양파볶음밥’을 선보였다.[현대백화점 제공] |
이마트의 ‘피코크’ 브랜드 등 대형마트가 HMR 시장 확대를 가져왔다면, 백화점의 HMR 출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 백화점의 유명맛집 유치가 매장 개설, 식품관 내 판매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협업을 통한 HMR 출시로 이어지는 것. 유명맛집 메뉴는 레스토랑 간편식(RMR)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은 서울 용산구 짚불구이 전문점 ‘몽탄’의 인기 메뉴를 HMR로 만든 ‘몽탄양파볶음밥’을 선보였다. 현대식품관은 ‘금돼지식당 모둠 구이 세트’ 밀키트 등 맛집 인기메뉴를 가정간편식으로 수차례 선보여왔다. 맛집 메뉴를 가정간편식으로 옮겨오는 일에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앱 내 입점한 유명 식당의 인기 메뉴를 HMR 브랜드 ‘배민의발견’으로 선보인다.
근거리 쇼핑문화가 확산되면서 편의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HMR 브랜드 ‘소반’을 리뉴얼하고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 시장 급성장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HMR 업체도 나왔다. 신흥 HMR 기업인 테이스티나인은 지난해 240억 원 매출을 기록, 전년(2019) 73억 대비 3배 이상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홍콩에 수출한 프레시지 제품의 한인식품기업 '한인홍' 진열 모습.[프레시지 제공] |
업계 관계자는 “제품 기획부터 협업하는 경우가 늘었고, 온라인 식품 판매가 늘면서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HMR 메뉴를 파는 것이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며 “식품업계의 HMR 매출 증가와 함께, 지난해 대중화가 빨라진 밀키트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도 주목된다”라고 말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85% 증가한 1882억원을 기록했다. 4조원대 전체 HMR 규모에 비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지만, 2025년까지 연평균 31% 성장해 7523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속도가 빠르다. 밀키트 시장 점유율 1위(22%)는 ‘프레시지’가 차지했으며, hy(구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CJ제일제당의 ‘쿡킷’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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