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 우울해서 과자를 먹고, 하루 세끼 집밥에서 벗어나고자 한 끼는 라면이나 빵·냉동식품으로 해결한다. 저녁에는 혼자 마시는 맥주가 늘었다. 혼자 사는 30대 A씨는 최근 소화불량을 호소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위장 건강에도 ‘빨간 불’을 켜고 있다. A씨처럼 집 안에 머무는 ‘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식습관이 무너졌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은 ‘혼밥(혼자 먹는 밥)’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을 자주 하므로 더욱 위험성이 높다.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기 쉽지만 방치하거나 장기화된다면 큰 병이 될 수도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잦은 위염 증상이나 소화불량 증상은 소화성 궤양, 위암처럼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은 일단 소화가 쉽지 않다. 더욱이 기름기 많은 고기라면 음식물이 위에 장시간 머무르면서 위장에 부담을 준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기름진 고기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기 쉽다.
가공육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지난 2015년 가공육을 ‘사람에 대한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가공육은 가공 과정에서 첨가되는 질산염 화합물들이 붉은 고기의 적혈 성분과 만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강 교수는 “가공육에 첨가된 아질산염은 위에서 니트로소아민(nitrosoamine)을 형성하는데, 장기간 과다 섭취 시 이 물질이 발암물질로 작용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또한 위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알코올은 위 점막이나 식도를 자극해 위염이나 식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혼자 마시는 술은 자제가 어려워 과음하기 쉽다. 지인과 모이지 않아도 혼자 마실 수 있어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이 위장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식생활의 영향이 크다. 맵고 짠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입맛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 발행을 일으킬 수 있다. 혀에는 ‘맛있는 자극’이지만 위 점막에는 ‘불쾌한 자극’이다.
자극적인 맛에는 가공식품에 들어간 인공첨가물도 해당된다. 인공첨가물은 음식의 맛과 향, 식감을 끌어올려 우리 입맛을 만족시켜 주지만 과다 섭취 시 소화기관 내 염증과 부기가 생길 수 있다.
과학전문지 미국위장관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2018)에 실린 프랑스 파리대의 연구에서는 ‘고도로 가공된 식품(Ultra-processed food·UPF)’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함께 기질적 원인이 없는 기능성 변비·설사·소화불량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스위스 바젤대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인공감미료가 건강한 장내 세균 수를 감소시키고 유해한 세균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위장 건강을 위해서는 음식의 선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 교수는 “자극성이 강한 음식이나 술 등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을 자극하므로 위장 건강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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