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양해 편지와 케이크 전달 풍속 나타나
인테리어 업계 “역대급 호황, 비수기 없어져”
단가 상승에 소비자 부담 가중 목소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구축 아파트 거래량과 더불어 인테리어 수요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의 한 구축아파트 단지 전경(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윗집이 3주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하더니 이젠 옆집이 올수리하고 들어온다네요. 현관 문고리에 쓰레기봉투랑, 롤케이크가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걸어두고 양해를 부탁하는데, 또 소음과 먼지에 시달릴 걸 생각하니 답답합니다.”(용인시 수지구 거주 A씨)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구축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도 빈번해졌다. A씨의 사례처럼 손바뀜이 많은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새 집주인들이 연이어 ‘올수리’를 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된 주민간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분당구 수내동에 사는 B씨도 “코로나 때문에 집 밖에 못나가고 자가격리를 하던 때였는데 때마침 아랫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힘들었다”면서 “엘리베이터에 4주동안 공사를 한다고 공고문 한 장 붙여놓고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아 더 기분이 나빴다”고 밝혔다.
인테리어업계는 역대급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구축 매수와 더불어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집 꾸미기에 열을 올린 덕이다.
인테리어 전문기업 H사의 한 직원은 “겨울은 전통적으로 종합인테리어 비수기인데 작년 겨울부터 올해까지 비수기가 한번도 없었다”면서 “수요가 너무 많아 계속해서 현장직을 채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인테리어 설비와 가구를 고르는 의사결정권이 주부들에게 있다보니 기사들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소위 ‘동네 인테리어’ 업체들도 덩달아 일감이 늘어났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C씨는 “소형 평수는 예전 같으면 집 전체를 수리해도 공기를 2주 정도로 잡았는데, 요즘은 한 번에 여러 집을 진행해야 해서 넉넉히 3주씩 잡는 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신혼부부들이 주 고객”이라며 “자재도 웬만하면 좋은 걸 쓰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편, 인테리어 단가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 노원구에서 20평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D씨는 견적표를 보여주면서 당초 계획했던 예산보다 초과됐다고 밝혔다.
D씨는 “기본 인테리어는 평당 1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러업체에 상담해봤지만 2500만원 이하로는 부르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만나는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들마다 ‘이렇게 받아도 남는 것 없다’, ‘원자재값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가격을 깎아주지 않더라”며 “현재 인테리어 시장이 공급자 우위란 것을 체감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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