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오름폭 6년 3개월 만에 최대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 감소 등도 부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서초구에서 시작된 전세 불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권 정비사업 이주수요 규모가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쳐 시장 불안 가능성이 작다는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세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는 물론 학군·청약대기 수요, 서울 입주물량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난은 날로 악화하는 모습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라 전주(0.08%)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 [연합] |
지난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0.02~0.03%의 주간 상승률을 보이며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최근 4주간 0.04→0.06→0.08→0.11%로 오름폭을 키웠다.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셋값이 뛰면서 전주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게 부동산원의 분석이다.
특히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0.56% 올라, 2015년 3월 셋째 주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초구는 7주 연속(0.00→0.01→0.04→0.07→0.16→0.26→0.39→0.56%)으로 오름폭이 확대된 지역이기도 하다.
이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를 비롯해 신반포18차(182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 재건축 단지의 이주수요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하반기 이주 예정인 신반포 18·21차 등을 포함하면 지역 내 이주수요만 5000여가구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전세시장에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35㎡(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신고가인 33억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올해 1월 계약건과 비교하면 10억원 뛴 가격이다. 인근 ‘반포자이’ 84㎡는 지난달 20일 신고가인 20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주는 이제 막 시작됐는데 전세매물이 하나도 없어서 대기자들만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생활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5월 중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강남4구의 이주수요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므로 전세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다고 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새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거래 가능한 전세매물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주수요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세 불안은 인근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다. 동작구(0.20%)는 서초구 이주수요에 더해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 이주 등이 맞물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오름폭은 6주 연속(0.00→0.01→0.02→0.06→0.10→0.13→0.20%)으로 커졌다. 송파구(0.15→0.15%)는 잠실·신천동, 강동구(0.10→0.14%)는 고덕동, 강남구(0.05→0.10%)는 학군수요가 몰리는 대치·역삼동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새 임대차법과 반전세·월세의 가속화 등으로 전세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대규모 재건축 이주수요가 겹치며 수급불균형은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청약 대기수요, 하반기 입주물량 감소 등도 전세시장에 부담을 더하는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로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및 지난해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가구 이상 줄어든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여름 휴가철을 앞둔 이사 비수기에도 강남권의 정비사업 이주수요와 전반적인 매물량 감소에 따라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면서 “서울 전체로 보면 전월세시장 내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무주택 임차인들이 매매로 이동하며 추격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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