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지방이나 술 역시 부정적 영향
건강한 음식, 가족 등과 함께 먹으면 기분향상에 도움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 30대 최모 씨는 이전보다 음식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우울할 때마다 먹는 초콜릿이나 빵의 양이 늘어났다. 하지만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최씨처럼 우울한 감정을 간식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외부 활동으로 인한 ‘사회적 자극’이 크게 줄면서 군것질이 ‘달콤한 자극’을 대신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달콤함이 우리를 배신한다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대 의과대학 에머런 메이어 교수 연구팀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져 기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장 건강이 행복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울감을 달래려고 먹는 간식들이 정작 더 우울한 기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기분향상을 위해 먹는 초콜릿쿠키나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달콤한 군것질에 포함된 단당류 섭취 후 빠르게 상승한 체내 혈당 수치가 다시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기분의 고양감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밥 대신 먹는 군것질은 더욱 그렇다. 신 원장은 “식사 대용으로 단당류를 먹게 되면 뇌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어려워 오히려 감정기복이나 고양감 뒤의 기분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탕 섭취가 많은 그룹(하루 67g 이상 섭취)은 적은 그룹(39.5g 이하)에 비해 우울증 유발 확률이 23% 높으며,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20% 이상 높았다는 런던대 연구가 있다”고 전했다.
인공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도 자주 섭취하게 되면 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인공감미료를 빈번하게 섭취하면 두뇌의 세로토닌 생산이 차단돼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술 또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자주 마시는 식품이다. 최근에는 우울한 여성일수록 ‘고위험 음주(음주 횟수 주 2회 이상, 1회당 음주량 5잔 이상)’ 가능성이 크다는 국내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정욱 신라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의 조사결과, 우울감이 있는 여성의 고위험 음주 위험은 우울감이 없는 여성의 7배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은 감정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오히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가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우울증약을 먹고 있을 때 술은 극단적 선택 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
‘나쁜 지방’인 트랜스지방도 주의가 필요하다. 국제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우울증 위험이 최대 48%까지 높아질 수 있다. 트랜스지방은 가공식품이나 기름으로 조리한 스낵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특정 음식뿐 아니라 혼자 먹는 음식도 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경실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저녁을 혼자 먹는 사람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26.6%로, 가족과 함께 먹거나(17.7%) 가족 외의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사람(18.4%)보다 높았다. 자살 생각의 비율(11%)도 가족과 함께 먹는 사람(5.2%)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가족 등 다른 사람과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은 정신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