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과 한국 다르다"면서 '아프간 지원했어야' 주장
바이든의 아프간 미군 철군 실행 비판에 초점 맞춘 듯
트럼프 "아프간 군 돈만 밝혀" 주장과 반대 논리 펼쳐
"우리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훗날 평가 받는 날 올 것"
콘돌리자 라이스 현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소장. [사진=후버연구소 영상 캡처]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2005년부터 4년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을 역임한 미 네오콘(공화당의 신보수)의 일원 콘돌리자 라이스가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고 더 오래 주둔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전쟁에서 패배한 군과 정부, 국민은 탈레반 편을 든 것이 아니라 미국 편이었다고 강조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고집했다.
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기고문에서 "우리의 가장 오랜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아니다. 한국 전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나지 못했다. 그 전쟁은 교착상태를 거쳐 휴전으로 끝이 났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이후 한국은 수십년간 민주정을 실현하지 못했다"면서 "또 오늘날 휴전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선진화된 한국군 역시 혼자서는 북한군을 저지하지 못하기에 2만8000여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군사정권이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기간을 민주정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3만명에 가까운 주한미군이 현재도 주둔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상기시키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결정을 비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강경책을 견지했던 공화당 소속 네오콘의 일원으로서 이번 아프간 미군 철수를 실행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하지만, 애초 아프간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언사를 늘어놓다가 돌연 한국에서 성취한 것은 많다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얻었고, 가치가 높은 동맹국인 한국을 얻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강력한 미군 주둔지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아프가니스탄은 한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미군 철군 결정의 당사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군을 통렬히 비난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군이 급속히 와해한 이유로 아프간 정부군 소속 군인들이 돈을 밝혀 그렇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간 군인은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축에 든다"면서 "아프간군은 돈 때문에 일하니까 우리가 떠나는 즉시 싸움을 멈췄다. 미국은 아프간 군인들에게 거금을 줬는데 그건 싸우라고 우리가 주는 일종의 뇌물이었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콘돌리자 라이스는 아프간 정부군을 공격하지 않고 다른 논리를 전개한다.
라이스는 "아프간 군에 훨씬 적은 투자로 합리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더 긴 시간 미군이 주둔하려면 전체 미군이 주둔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아프간 군을 훈련시킬 핵심 자원과 공중 전력, 정보 지원 등만 있으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했으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정보 수집 및 대테러 활동이 지속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 지역에서 테러 조직이 부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또한 중동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인 이란에 접하고 있는 바그람 기지를 보존할 수 있었을 거라고 했다.
라이스는 이런 식으로 미군이 좀 더 주둔했더라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아프간 전쟁이 불가피했다며 미국의 선택을 합리화하고자 애썼다.
그는 "과거 권력을 쥔 우리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그 이유는 도전을 회피하거나 잘못 파악해서가 아니라 9.11 테러 주동자를 숨겨준 불량국가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우리의 실패와 성과를 평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좌에서 멀어진 옛 거물의 초라한 행색이 느껴진다.
그는 또한 아프간 사람들은 탈레반을 선택하지 않았고 미군과 함께 싸웠다면서 트럼프와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아프간 군과 정부, 국민이 패배했다. 그러나 그들은 탈레반을 선택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우리와 함께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를 저지하기 위해 싸웠고,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2001년부터 4년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2005년부터 4년간은 국무장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