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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 유세차 탄소도 뿜뿜, 소나무 4.6만그루 필요합니다 [지구, 뭐래?]
지난 18일 강릉시 외곽의 한 광고회사 마당에 모든 준비를 마친 유세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
유세차는 결국, 또 달린다

[헤럴드경제 = 김상수·이영기·김광우 기자] ‘소나무 4만6233그루.’ 올해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선거운동기간에 돌입하면서 어김없이 유세차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경유 유세차에서 쏟아질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퍼진다.

소나무 4만6233그루는 올해 지방선거 유세차에서 배출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데에 1년간 필요한 소나무 양이다. 각종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헤럴드경제가 추정한 수치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정했으며, 실제 배출량은 이를 크게 웃돌 것이 자명하다.

19일 대한LPG협회, 유세차 제작업체,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선거유세에 주로 쓰이는 차량은 1t 경유 트럭으로, 1㎞를 주행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202g이다. 제작업체에 따르면, 유세차는 하루평균 50㎞를 이동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선거구(2324개)에서 유세차 1대만 이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3일의 선거유세기간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05t.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1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연간 6.6㎏으로, 305t을 흡수하려면 1년 동안 소나무 4만6000여그루가 필요하다.

이는 선거구별로 1개 유세차만 사용한다고 가정한 추정치다. 한 선거구 내에서도 여러 정당이 유세차를 운영하고, 개별 정당 내에서도 복수 유세차를 운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배출량은 추정치의 몇 배를 웃돌 수밖에 없다.

지난 19일 오전 울산시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각 후보의 유세차와 선거운동원들이 자리를 잡고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

유세차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선거운동의 효과도 미미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0년 발간한 ‘선거환경의 변화에 따른 선거운동 방식의 효과 및 영향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과 후보자의 정보를 연설회나 거리연설 등에서 얻었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8%에 그쳤다. 지상파TV가 52%, 인터넷 포털이 38%였다.

유세차 선거운동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민(33) 씨는 “유세차를 보고 표심이 가진 않는다. 가게까지 소음이 들려 시끄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김보미(25) 씨도 “길에서 다니는 유세차를 자주 봤지만 이를 통해 (후보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든 적은 없다”며 “통행에만 방해되고 연설 내용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유세차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문제 제기엔 공감하면서도 치열한 선거경쟁구도에서 모두가 아닌 특정 후보만 유세차를 쓰지 않는 건 부담이 큰 탓이다. 제도적으로 유세차 사용을 제한하거나 모든 후보가 공통으로 이를 합의하지 않는 한 유세차 사용은 줄이거나 없애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 다수의 지방선거 후보자 캠프 측과 접촉해 유세차 사용 금지 의향 등을 물었으나 “여전히 효과가 있다” “유세차가 없다면 선거운동을 감당하기 어렵다”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노력해보겠다” 등의 답변을 얻었다.

시민단체나 전문가는 구시대적 방식을 극복하려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기존 방식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선거유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까지 고려하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세차를 운용하는 건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유세차 운용은 선거운동 효과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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