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너지영상팀] |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는 표현은 익숙하다. 유령어업이란 유실된 어구 등 침적쓰레기에 의해 해양생물이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도 유령어업 문제를 조명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유령어업을 번성케 하는 해양 쓰레기는 한 해에 얼마나 발생할까. 해양환경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바다로 흘러든 해양 쓰레기의 양은 총 14만5258t에 이른다. 이 중 유실된 폐어구와 어선 생활쓰레기가 3만8616t으로 26.6%를 차지했다.
특히 홍수기에 육상에서 바다로 흘러간 초목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유실 폐어구와 어선 생활 쓰레기의 비중은 46.9%에 달한다. 인간에 의해 버려져 바다로 흘러간 쓰레기 중 절반가량이 어업인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항 물량장에 바다에서 인양된 각종 해양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위쪽) 한 어민이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항 물량장에서 폐그물의 로프와 납을 분리하고 있다. 폐어망을 재활용하려면 로프와 납을 분리한 뒤 어망만 따로 모아야 하는데, 이 작업이 번거로워 선주들은 따로 인력을 고용해 작업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시너지영상팀 |
우리나라의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은 주로 정부 및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주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환경공단 및 한국어촌어항공단을 통해 해저에 침적돼 있거나 부유하고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각 지자체는 관할 해안가에 밀려 온 쓰레기를 책임진다. 지난 2018~2020년 3년 동안 해양 쓰레기 수거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2546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매년 막대한 규모의 해양 쓰레기가 바다에 쌓이고 있다. 지난해 수거된 해양쓰레기(해안·침적·부유폐기물)의 양은 약 12만736t. 쓰레기 발생량이 3년 전인 2018년 수준(14만5258t)과 유사하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미처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는 1만5000t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현존량은 약 14만9000t(2018년 조사)인데, 여기에 매년 1만~2만t씩 미수거 해양쓰레기가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수산업법 전부 개정안을 통해 어구의 소유자, 즉 어업인들의 책임과 부담을 높여갈 방침이다. 어구마다 소유자의 정보를 표시하는 ‘어구실명제’가 핵심이다. 폐어구 수거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을 어구 소유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어구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지불한 뒤 반환 시 돌려받는 ‘어구보증금제’도 있다. 어구 실명제는 내년 1월부터, 어구 보증금제는 제도 보완 등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어구 일제회수 제도’도 도입한다. 어구 일제회수 제도는 해수부 및 지자체가 금어기 등을 활용해 일정 기간 특정 해역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어업인들이 수중에 설치한 자망·통발 등을 회수하게 한 후 해당 해역의 침적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수거하는 제도다. 현재 수협중앙회 등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어업인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침적 쓰레기를 인양하도록 수매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부턴 이같은 사업이 제도화돼 전국에 적용되는 셈이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1일 강원도 양양군 남애항에서 ‘강원어업인 연안어장 침적쓰레기 수거 시범사업’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사업에는 자발적으로 조업을 중단한 양양군 관내 통발어선 24척이 동참했다. 이들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인근 연안어장에서 40t 규모의 쓰레기 인양을 목표로 수거 작업을 이어간다. [수협중앙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