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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랑이도 없고 두루미도 없고, 소똥구리도 없다[지구, 뭐래?]
[사진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전래동화의 주인공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올해는 임인년(壬寅年), 호랑이의 해다. 한반도와 닮았다고 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로 여긴다. 호랑이는 전래동화의 가장 유명한 동물이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은혜 갚은 호랑이, 해님달님, 호랑이의 효도, 수궁가, 호랑이와 곶감, 심지어 한민족의 뿌리 단군신화에서도 호랑이는 등장한다.

영험하고 무시무시한 동물이면서 또 한 편으론 어수룩하고 친구 같은 존재로, 호랑이는 한민족과 함께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마스코트는 어김없이 호랑이였다.

2022년, 이 시대 아이들에게 호랑이는 어떤 존재일까. 아프리카 초원을 거니는 사자, 기린과도 다를 바 없다.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 전역에 살았던 호랑이는 이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야생 호랑이가 관찰된 건 무려 100여년 전, 1922년 경주 대덕산 때의 일이다. 남한에선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엔 소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호랑이뿐 아니다. 여우, 사슴, 늑대, 삵, 물개, 두루미, 독수리, 매, 부엉이, 올빼미, 구렁이, 맹꽁이, 장수하늘소, 소똥구리, 물방개…. 모두 멸종 위기에 직면한 생물들이다. 이대로라면 이제 수많은 전래동화는 주인공을 교체해야 할지 모른다.

살 곳 잃은 멸종위기종들

환경통계연감 2021에 따르면, 전 세계 생물종은 총 211만2588종이며 국내엔 5만6248종이 있다. 동물계가 3만2273종으로 가장 많고, 식물계(8156종), 균계(5816종), 세균계(3979종), 유색조 식물계(3156종), 원생 동물계(2845종) 등의 순이다.

이 중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건 총 267종인데, 최근 환경부는 15종을 증가, 이를 282종으로 확대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뿔제비갈매기, 어름치, 홍줄나비, 장백제비꽃 등 19종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신규 지정하고, 고니나 매 등 9종의 등급조정과 4종 등급 해제 등을 거친 결과다.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내 포유류 중에선 우선 호랑이가 있다. 깊은 산 밀림 지대에 주로 살며 신선한 야생동물 고기를 먹는다. 호피를 이용하려고 과거 무분별하게 남획했고, 특히 일제강점기 때에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해수구제사업’을 진행, 현재는 절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여우는 과거 한반도에서 제주도나 울릉도 등을 제외한 전역에 서식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토종 여우가 멸종한 가장 큰 이유로 1960년대 시행된 ‘쥐잡기 운동’이 꼽힌다. 쥐잡기 운동은 쥐로부터 곡식 피해를 막자는 취지로 정부 차원에서 벌인 캠페인으로, 특정한 날에 맞춰 대대적으로 쥐약을 뿌리기도 했다. 여우의 먹잇감인 쥐 개체 수가 크게 준 데다, 쥐약을 먹은 쥐를 여우가 사냥하면서 여우까지 쥐약 피해를 입었다. 현재는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두루미는 국내에서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연천, 파주 등 비무장지대 내에 주로 월동한다. 인천 강화도 유일한 갯벌 서식지다. 두루미의 멸종 위기는 개발과 맞닿아 있다. 해안지역 개발, 농경지 감소, 갯벌 매립 등으로 서식지가 감소한 탓이다.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소똥구리는 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곤충류였다. 소 등 대형 초식동물의 똥을 먹고 땅속 굴에 배설물을 가져가 알을 낳는다.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1970년대다. 풀어놓고 키우는 방목 형태의 가축 사육이 사라지고, 농약 사용 등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추정이다.

예전 애완곤충으로까지 인기 끌었던 물방개도 이젠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전국 연못이나 저수지, 습지 등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젠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관찰하기 힘들다.

제주도·DMZ, 최후의 생태계 보고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제주도가 가장 눈에 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제주도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 종수 77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다. 제주도의 생태적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원도(74종), 전남(71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경남(49종), 경북(46종), 경기도(38종), 전북(38종) 등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역은 DMZ 및 접경지역이다. 이곳은 한반도 전체 생물종의 20%,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41% 이상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다. 최근 강원도 양구군 산양·사향노루센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DMZ에 방사하고 있다. 이를 비롯, DMZ를 중심으로 한 야생 생태계는 국내 생물다양성 연구의 핵심지역으로 가치가 크다.

[출처 국립생태원 홈페이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은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전 세계 학자들은 이 추세를 유지한다면 향후 20~30년 내에 지구 상 생물종의 25% 이상이 멸종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생물종 감소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게 서식지 유실 및 변형이다. 도시화와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빠르게 생물종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남획과 농약의 과다사용·생활하수 증가 등도 생물종 감소의 원인이며, 외래종에 따른 서식지 환경 변화도 생물종 감소 이유로 지적된다.

생물다양성 보존의 날·멸종위기종의 날

정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2018∼2027년)’을 마련,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를 중심으로 멸종위기종 중 복원대상종이나 우선복원대상종 등을 정해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이곳은 안전과 보호 등을 이유로 늑대를 사살했다. 그러자 사냥꾼이 사라진 엘크가 급증했고, 공원 내 풀과 나무가 급속도로 감소했다. 풀숲이 사라지자 어류 생태계도 변했고, 공원 자체가 피폐해졌다. 결국, 다시 늑대를 풀어주게 됐고 이후 공원 생태계도 다시 살아났다.

매년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 보존의 날이다. 1993년 유엔총회에서 생물다양성 인식 제고 및 보전 참여 등을 목적으로 제정됐었으며,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또 매년 4월 1일은 멸종위기종의 날이다. 이날은 멸종위기종에 관심을 높이고자 작년부터 지정된 기념일이다. 과거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보고하고자 환경보전법으로 특정 야생 동식물을 처음 지정한 날이 4월 1일이란 점에서 착안했다.

올해엔 입법예고를 거쳐 2017년 이후 5년 만에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확대되는 등 멸종위기종 보호와 생물 다양성 확보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측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은 향후 5년간의 생물다양성 증진과 보전·복원 정책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결정인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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