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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일회용컵은 서울환경연합, 쓰줍인, 알맹상점,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Reloop, 컵가디언즈 등 80여개 시민단체 소속 시민들이 모은 컵들이었다. 지난 5월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로 유예한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이들은 컵 줍깅 캠페인을 진행했고, 이후 4개월에 걸쳐 1만990개를 수거했다. 온라인 서명운동에도 1만명 이상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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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을 예고한 제도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시간은 충분했다.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1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하려면 컵 1개당 300원 보증금을 지불하는 게 골자다. 추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지난 6월 10일 시행이 예고된 제도였고, 물론 반발도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는 긴 시간 동안 보증금제 도입에 따른 라벨 비용 및 컵 처리 비용(컵 하나 당 11~17원)조차 사전에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시행에 임박해 소상공인과 보증금제의 대결 구도로 비화된다. 환경부는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며 12월 1일까지 결국 제도를 유예했다.
[출처=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
그러더니 이젠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해 시행하기로 발표했다. 반납 방식 역시 구매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가능한 방식으로 사실상 후퇴했다. A 브랜드에서 구매한 일회용컵은 A 브랜드 매장으로만 반납해야 하는 식이다. 과연 제주도와 세종시만이라도 보증금제는 안착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목할만한 자료가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세종·제주시의 제도 시행 대상 프랜차이즈 매장 수’ 현황에 따르면, 보증금제를 시행할 제주도 내 브랜드 47개 중 11곳은 제주 전역에 매장이 단 한 곳뿐이었다. 세종 역시 15개 브랜드가 매장이 단 한 곳뿐이었다.
이들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했다면 결국 구매한 매장으로 다시 찾아가 반납해야만 하는 셈이다. 300원을 돌려받기 위해 제주 전역에 한 곳 뿐인 매장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 당연히 불편하다. 반납이 불편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 커피값만 300원 더 낸 꼴이다.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반겨 준비했던 이들은 더 허탈하다. 박준홍 전주덕진지역자활센터장의 얘기다.
컵 수거 사업에 열정으로 참여한 기초생활수급 주민 급여와 차량구입비 등으로 현재까지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고, 이는 당연히 제도가 시행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취약계층 주민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자 했던 사업은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방송인이자 컵가디언즈 활동가인 줄리안 퀸타르트 씨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세계적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시행 일정의 명문화 ▷편의점·무인카페·개인 카페 등 예외 없는 전면 시행 ▷공공장소 무인회수기 설치 등 소비자와 소상인 모두 편리한 반환 시스템 구축 ▷프랜차이즈 본사 지원 대신 가맹점주·소상인 직접 지원 ▷일회용 컵 보증금제으로 고통받는 수거업체 피해 보상 ▷PET·캔 등 재활용 보증금제도 대상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