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우병우 등 출마설에 ‘친박계 출마 포석’ 견제
“당 화합 깨지면 200석 얻어도 소용없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만찬 회동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최 전 부총리, 구혁모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 이 전 대표, 이기인 경기도의원. [이기인 도의원 SNS 캡처]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과거 친박근혜계 실세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여권 내 비윤계 청년 정치인들을 만나 ‘보수 연합군’을 강조하며 사실상 출마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사면 이후 지역정가를 중심으로 최 전 부총리의 총선 출마설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첫 공개 행보다. 국민의힘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총선을 9개월여 앞두고 현 여권 내 주류인 친이명박계와 친박계 간 신경전의 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최 전 부총리는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청년정치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과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구혁모 전 혁신위원이 함께 참석했다. 최 전 부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범보수가 결집하는 ‘보수 연합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와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뿐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다.
최 전 부총리는 참석자들에게 도전을 강조하며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도 독려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병 재도전 가능성이 나오고, 김 전 최고위원은 앞서 광명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구 전 위원은 최근 사고당협 공모에서 화성을에 신청서를 냈다. 한 참석자는 “다들 총선과 관련해 여러 가지 조언을 듣는 자리였다”며 “(최 전 부총리가) 본인의 의지를 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번 회동이 출마를 원하는 친박계 인사들의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4선 의원을 지낸 경북 경산 출마설이 나왔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고향인 경북 영주 출마 가능성이 고개 든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보수대통합론이 나오긴 했지만, 친박계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며 “본인들의 출마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친박계 인사 가운데 나름의 지지층을 갖고 정치 활동을 하는 인물”이라며 “과거 친이계가 현재 당 지도부 중심에 있는 상황을 뚫고 지나가는 데 있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는 2008년 2012년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공천 학살’을 통해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최 전 부총리의 출마설은 다른 비윤 인사들의 출마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험지인 수도권 선거구에 도전하는 이준석(서울 노원구병)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등 당 내 비윤 인사들과 달리, 출마설이 거론된 친박 인사들은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출마설이 나온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은 “경쟁력 있는 현역 의원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친박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당 내 분란이 생길 수 있다”며 “총선을 치르고 나서 당 내 화합이 깨지면 200석을 얻는다고 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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