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수리기간 동안 렌트차 제공·차액 지급 조건으로 신차 교환
A씨, 위자료 등 요구하며 손해배상 소송 냈지만 법원서 ‘기각’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벤츠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다만 원고가 오랜 기다림 끝에 고가의 이 사건 차량을 받고 느꼈을 기쁨과 기대감, 그리고 얼마 되지 아니하여 위 하자로 인하여 느꼈을 두려움과 실망감 등은 충분히 이해된다.”
최고급 신형 벤츠 차량을 구입했지만 3일 만에 시동이 꺼지는 등 하자 분쟁을 겪은 차량 구매자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신차 교환 등 적절한 조치가 제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덧붙여 판결문 결론 부분에서 “하자로 인해 느꼈을 두려움과 실망감 등은 충분히 이해된다”며 차량 구매자 A씨에게 위로를 건넸다. 재판부가 이런 식의 감정 표현을 판결문에 기재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0단독 염우영 판사는 A씨가 낸 소송에 대해 지난 5월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도 A씨가 내도록 했다.
사건은 2021년 7월에 발생했다. A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2억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 모델을 인도받았다. 하지만 불과 3일 뒤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강릉으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량은 강릉에서 견인됐고, A씨는 택시비로 40만원을 내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리는 곧 완료됐지만, 이번엔 8일 만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정밀 점검을 실시한 결과, 엔진 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결함을 발견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에서도 대대적인 리콜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약 1년여의 수리기간 동안 A씨는 비슷한 모델의 렌트카를 제공받아 이용했다. 끝내 교환을 요구한 결과 2022년 8월, 자동차 안전·하자 심의 위원회는 누적 수리일수가 30일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차량 교환’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같은 연식·모델에 대한 차량 생산이 종료된 상태였다. A씨는 옵션 차액에 따른 추가금 1300여만원을 지급한 끝에 신차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A씨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차례에 걸쳐 시동불능이라는 중대한 하자로 손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신차 교환 당시 추가 지급한 1300만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늑장 리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도 A씨가 겪은 하자가 ‘중대한 하자’인 건 맞다고 했다. 다만 하자 책임에 대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교환·환불 중재 판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리콜 조치도 제때 이뤄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차 교환 당시 성능 향상에 따라 지급한 금액(1300만원)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부당 이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차로 교환받음으로써 A씨의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위자료 청구 부분도 기각했다.
다만, “A씨가 오랜 기다림 끝에 고가의 차량을 받고 느꼈을 기쁨과 기대감,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하자로 인해 느꼈을 두려움과 실망감 등은 충분히 이해된다”고 위로를 건넸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2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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