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도 디젤 부담 요인으로 꼽혀
10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가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디젤차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친환경 바람이 거센 데다 기름값까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디젤차 대신 하이브리드차(HEV) 등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젤차 판매량은 최근 몇 년 새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신규 등록된 자동차 수는 모두 91만5012대다. 이 가운데 디젤차 판매량은 16만8219대로 전년 대비 3.8%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15만1108대·42.9%↑)와 전기차(7만8466대·13.7%↑) 등 친환경차는 디젤차 대비 6만1355대 많은 22만9574대가 팔렸다.
일반 휘발유차보다 300~400만원 비싼 차량 가격과 미세먼지·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탓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판매량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 [김성우 기자]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완성차 업체에서도 디젤차 생산을 중단하는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싼타페’의 디젤 모델을 없앴다. 앞서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중형 세단 ‘쏘나타’ 역시 디젤 모델을 단종했다. 기아에서는 준중형 세단 ‘K3’, 대형 세단 ‘K7’, 제네시스는 엔트리 세단 ‘G70’, 대형 세단 ‘G80’ 등이 디젤 라인업이 사라졌다.
기아 중형 SUV ‘쏘렌토’, 제네시스 준대형 SUV ‘GV80’ 등 일부 차종의 경우 디젤 모델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풀체인지 또는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맞춰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열풍도 디젤차의 입지를 좁아지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는 디젤차는 물론 전기차의 대체제로 주목받으면서 가파른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모두 1만201대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53.4% 늘어난 수치다. 1~8월 누적 판매량 역시 8만4665대로 전년 대비 118.7% 증가했다.
제네시스 준대형 SUV ‘GV80’. [제네시스 제공] |
차량별 판매량 역시 하이브리드 강세가 뚜렷하다. 그랜저의 경우 1~8월 기준 하이브리드 모델이 4만3504대 팔리며 휘발유 모델(3만6802대) 판매량을 넘어섰고, 싼타페(TM), 투싼 등 주요 SUV 모델도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휘발유 모델 판매량을 앞질렀다.
디젤 모델을 판매 중인 쏘렌토 역시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판매량(4만9412대)의 65%인 3만2220대가 팔렸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도 부담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세 영향으로 무려 9주 연속 올랐다. 9월 첫째 주(3∼7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5.0원 오른 1750.0원, 경유는 10.6원 상승한 1640.6원을 기록했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과거 디젤차는 휘발유차보다 차량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기름값이 싼 데다 연비 효율까지 높아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면서 “그러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완성차 기업들도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디젤차보다 훨씬 뛰어난 연비를 갖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어 디젤차가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