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경쟁력을 판별하는 기준은 경제, 연구·개발(R&D), 문화 인프라, 거주 적합성, 환경,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데다 범지구적으로 폭염·폭우·가뭄 등 기후위기 징후가 나타나면서 요즘은 기후 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사회환경이 주요 기준으로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11일 발표한 ‘기후동행카드’는 저탄소 교통복지도시를 향해 내딛는 묵직한 걸음이다.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서울 시내 대중교통 4종 세트를 월 6만5000원 정기권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니, 직장인이나 학생 등에 호응이 클 것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2018년 65.1%에서 2021년 52.8%로, 12.3%포인트 줄었다. 이 기간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23.5%에서 38.0%로, 14.5%포인트 상승했다. 승용차 이용자가 3년 새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승용차는 버스에 비해 5배, 지하철 대비 137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면 승용차 이용 대수가 1만3000대 줄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 3만2000t 감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물가·에너지비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버스요금(1200→1500원)에 이어 다음달 지하철요금 인상(1250→1400원)도 예정돼 있는 만큼 서민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시는 약 50만명의 시민이 1인당 연간 34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저탄소’와 ‘교통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독일은 지난해 6∼8월 우리 돈 약 1만30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월 9유로 티켓’을 실험 도입해 약 5000만장을 판매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 이용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t 저감, 물가상승률 0.7% 감소 등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5월부터 월 49유로(7만원) ‘도이칠란트(D)-티켓’을 본격 도입해 3개월여 만에 1100만장을 판매했다. 프랑스 파리는 월 72.9유로 정기권을, 오스트리아는 연 1095유로 ‘기후티켓’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문제는 내년 1~5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 정식 도입하기로 한 기후동행카드가 서울과 주요 교통망을 공유하는 경기도와 인천시 쪽 출퇴근자는 쓸 수 없는 ‘반쪽짜리’라는 데에 있다. 정부가 같은 시기 도입할 예정인 대중교통 캐시백 ‘K패스’와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시행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이런 문제점을 협의·보완해 대한민국 전역이 ‘저탄소 교통복지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