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보다 4~6%포인트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40% 또는 50%로 조정하는 개혁안을 내놨다. 더 내고 더 받거나, 더 내고 받는 돈은 그대로인 두 가지 안으로, 앞서 24가지 안을 제시한 정부의 ‘맹탕 개혁안’보다 한결 단순해졌다. 국회가 먼저 모수개혁안을 내놓은 만큼 정부도 더 미루지 말고 화답해야 마땅하다.
자문위안은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와 소득대체율 40%’ 등 두 가지다.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과 내는 돈을 15%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로 유지하는 안이다. 전자가 소득 보장에, 후자가 재정 안정에 무게를 뒀지만 모두 내야 할 돈은 늘어나게 된다. 위원들의 추인을 거친 합의안은 아니지만 한풀 꺾인 개혁 논의 불씨를 다시 살릴 계기는 될 수 있다.
자문위안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나 의무 가입 상한 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아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이 있다. 소득 공백을 메울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 같은 정책과 함께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 당장 논의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고민은 이해가 간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두 가지 숫자 조정만 하다보니 ‘더 내고 더 받는 쪽’에 혹할 소지가 있는 안이 나온 것이다. 오히려 정부 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고갈시점을 7년에서 16년 늦추는 정도에 그쳐 한계도 뚜렷하다. 선진국들이 100~150년 준비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2055년 고갈되는 국민연금 파탄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마저도 합계출산율 추이를 낙관적으로 보고 산출한 것이라 유례없는 출산율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고갈시점은 더 당겨질 수 있다. 그런데도 현행 보험료율은 26년째 그대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18.2%)의 절반 수준이다. 번번이 보험료 인상 논의가 있었지만 역대 정부가 손을 놓은 바람에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이다. 현 세대가 부담을 회피할수록 다음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현재 보험료율을 13~15%로 올리면 18만원가량 더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득대체율까지 올라가면 보험료율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급한 모수개혁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정부도 구조개혁만 주장할 게 아니라 충분한 검토를 마친 만큼 구체적 수치를 담은 안을 제시해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총선을 의식해 국회와 정부가 서로 미루며 핑퐁게임을 할 게 아니라 국가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