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신문방송편집인과의 간담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을 2년 유예했는데 그동안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은 정부 책임이 크다”며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 기반인 노동계와 당내 반발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거대 야당 원내 사령탑이 중소기업계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동의했고 국민의힘도 유예 연장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한 만큼 12월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홍 원내대표가 중처법 유예 연장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마냥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80%가 중처법 적용에 대해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5.9%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약 83만개에 달하는 소규모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되면 대부분의 영세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달 13일 현재 검찰에 의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28건(급성 중독 1건, 사망 27건) 중 엄밀한 의미의 대기업은 1곳뿐(SPC계열 SPL제빵공장)이고 대부분은 중소업체다. 모호한 법과 취약한 산재예방 인프라 속에서 중소기업들이 기소·처벌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중처법 유예 연장도 중요하지만 2년 유예기간에 ‘이현령비현령’식의 모호하고 불합리한 법 규정을 명확히 하고 구체화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헤럴드경제와 대륙아주가 지난 15일 개최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제안한 내용은 그런 의미에서 경청할 만하다. 이날 포럼은 중처법 법 규정이 원청과 하청의 지위와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하청 근로자에 대한 모든 안전 조치를 원청이 해야 한다는 식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원청 경영책임자는 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한다.
중소업체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워 사법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 중기 관행상 오너의 구속은 곧 사업장의 폐업을 의미한다. 중소업체 CE0들이 복잡한 중처법을 일일이 꿰고 있을 형편이 못 되는 만큼 정부가 공동 법률대리인 운영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후진국형 산업재해를 줄인다’는 선의를 실행하려면 디테일에 유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