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을 예방에서 치료, 회복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내놨다. 더는 개인의 문제로 두지 않고 국가가 나서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는 100만명이 넘고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5년 289만명에서 2021년 411만명으로 72%나 늘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이렇듯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 현실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한민국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살률이 OECD 평균(인구 10만명당 10.6명)의 2배 이상(25.2명)으로 다년간 1위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2021년 65만명이 넘지만 지역사회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수는 16만명 수준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중증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선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이 1인당 60분씩 8회에 걸쳐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중·고위험군 8만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20~34세 청년의 정신건강검진은 2년마다 시행하고 검사 질환도 우울증 1종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 3종 이상으로 확대, 상담·치료가 가능하다. 심각해지는 청년층 정신건강을 좀더 살피겠다는 의미다. 24시간 응급출동 가능한 인력을 늘리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입원 병상 확대와 수가 인상, 일상 회복을 위한 정신재활 서비스 제공, 고용 주거 지원도 대책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자살률을 10년안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선언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실효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과 의사와 병원·수용시설은 물론 재활시설 등이 턱없이 모자란 게 현실이다. 특히 환자들이 정상적인 일상으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할 재활시설이 있는 곳이 전국 시·군·구 226곳 중 절반 정도에 그치고, 수용 인원도 6900여명으로 중증 정신 질환자(약 65만명)의 1% 남짓이다. 주민 반대가 심해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중증질환자 관리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응급실 부족난 속에서 정신응급시설 확충도 먼 얘기로 들린다.
정부는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법입원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한다. 자해나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법원 또는 국가 전담 기구의 결정으로 강제 입원시켜 참사를 막겠다는 취지다. 미국·프랑스·독일·영국 등도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제때 치료를 놓쳐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걸 막는 측면이 있지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