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간병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하루 수당 12만~15만원을 지불해도 마음이 놓이는 전담 간병인을 구하기 힘들고, 월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간병비에 가정이 무너지는 ‘간병 지옥’, ‘간호 파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간병에 지친 가족이 환자에 해를 끼치는 ‘간병 살인’까지 벌어진다. 연간 10조원으로 추산되는 간병비 부담과 가족들의 심적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대책이다.
‘간병 걱정없는 나라’를 만든다‘는 비전을 표방한 정부 대책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두 갈래다. 통합서비스는 환자가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보호자를 두지 않고 병원의 전담 간호 인력으로 24시간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건보가 적용돼 개인 간병비 부담은 적지만 병원 안에서도 일부 병동에만 제공돼 그간 환자의 이용에는 제한이 있었다. 내년 7월부터 차차 병원 전체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사업은 입원비에만 적용됐던 건보 적용을 간병비로 확대하는 것이다. 요양원의 간병비는 장기요양보험에서 커버해 무료인데 진짜 아픈 환자들이 가는 요양병원 간병비는 보험 적용이 안돼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2024년 7월~2025년 12월 10개 요양병원을 시범기관으로 지정해 중증환자에 대한 간병비를 예산(240억원)으로 지원한다. 2027년부터는 전국 요양병원으로 확대하는 데 이때부터는 건보나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한다.
간병비 대책은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분야이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제시했고, 이번에 큰 틀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말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간병비 부담 가중이 국민의 삶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여야가 화급한 민생 대책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방향은 잘 잡았지만 문제는 재원마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보를 적용할 경우 연간 최대 15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늘어날 비용도 이에 버금간다. 그런데 건보 재정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5년 후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병인력 확보도 발등의 불이다. 간병인의 40%를 중국 교포에게 의존할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하다. 웃돈을 줘도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간병비가 치솟는다. 간병비 대책이 뜬구름 잡는 총선용 선심카드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촘촘한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