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겨냥한 여야 비례대표 공천이 본격화되자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시민단체 추천 인사들에 대한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공천 접수를 마감한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모당(母黨)의 입김이 지나치다는 우려가 깊다. 이번 총선 지역구 공천에서 국민의힘은 쇄신 없는 현역 위주로 이뤄졌고, 민주당은 사실상 친이재명계 후보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마저 정치적 이해에 매몰돼 나눠먹기 공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비례대표를 둘러싼 잡음은 아무래도 민주당 쪽이 잦다. 옛 통진당 세력의 국회 입성 길을 열어줬다는 비판에 이어 이번에는 ‘반미 운동가’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사회가 오디션을 통해 1위로 선발했다는 이가 연합사 해체와 한미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줄기차게 벌여온 인사라고 한다. 2위로 뽑힌 이 역시 사드 반대시위에 참여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이다. 논란과 자격 시비가 확산되자 민주당은 시민단체 측에 다시 추천해줄 것을 요구하는 머쓱한 상황이 연출됐다. 기본소득당 몫으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가 됐던 용혜인 의원은 이번에는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이라며 공천을 신청했다. 선거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위성정당 비례대표 재선’이란 초유의 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위성 정당’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당직자가 국민의미래 대표가 된 것은 물론 당 공관위원 3명이 국민의미래 공관위원도 겸하고 있다. 대놓고 공천권을 모 정당이 행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준연동제 선거제도 도입으로 상당한 파행이 예고되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조국혁신당도 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유죄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넘친다. 조 대표 자신부터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상태다. 핵심 영입인사인 황운하 의원 역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았다. 당의 간판인 이들은 상위 순번에 배치돼 당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 정당은 선거 후 민주당과 합당할 공산이 크다.
비례대표는 다양한 직능과 분야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치공학적 셈법으로 거대 정당 주류 인사들의 의석 확보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비례대표 무용론이 툭하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제라도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뽑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형적 선거제도부터 당장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