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 이후 中 매출 급감…中 내실 잡고 脫중국 ‘투 트랙’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퍼시픽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상해연구소를 중국연구소로 개편했다. 중국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사업 전략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회사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I 센터’에 있는 ‘상해연구소’를 ‘중국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해연구소가 중국연구소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국가 단위로 명칭을 바꿔 글로벌 사업 권역과 연구소를 연결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현지 매출은 지난 2017년 사드(THAAD)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 연이은 악재에 급격히 줄었다. 후폭풍은 거셌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은 중국 시장 매출 하락 여파로 매출이 전년 대비 5.5% 줄었고, 4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망도 안갯속이다. 중국 경기 침체에 전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지 화장품 브랜드나 다른 나라의 브랜드들이 점유율을 올리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새 중국 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14%에서 28%로 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비(非)중국 해외 거점에 대한 매출 비중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R&I센터는 이번에 확장한 중국연구소를 비롯해 미주연구소, APAC(아시아태평양)연구소, EMEA(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일본연구소 등 5개 글로벌 핵심 거점 연구소 체제를 갖추게 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대륙별 맞춤형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피 관계자는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중심의 기술 혁신을 통해 회사의 글로벌 사업 성과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이 ODM(주문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발달과 온라인 멀티브랜드숍의 확대로 중소형 브랜드의 각축장이 된 영향이 컸다. 마케팅 리서치업체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과 생활용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점유율은 각각 13%, 8.8%였다. 2018년 말 27.2%, 15.6%와 비교하면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중국에만 의존했던 해외 사업에서도 탈피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작년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해외법인과 수출에서 나온 매출액 비중은 38%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Grow Together(동반 성장)’ 경영방침 중 하나로 ‘글로벌 리밸런싱(재균형)’을 내세웠다.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을 재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롭게 설정된 집중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상목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글로벌 리밸런싱을 강조하며 “북미, 일본, 유럽, 아세안 등 주력 시장에서는 지역적 특성에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유연하게 선보이고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해 성장을 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추가적인 성장 동력도 확보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해 “고객, 유통, 경쟁구도의 변화에 맞춰 사업을 조정하고 질적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