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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 원전 수출 발 벗고 뛰는데”…결국 뒤통수 친 국회에 한숨 [비즈360]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상정 불발…끝내 자동폐기
방폐장 건설 37년 걸리는데…6년 후 임시저장조 포화
22대 국회 ‘1호 법안’ 발의해도…법안 통과는 하세월
‘팀 코리아’ 뛰는 K-원전 해외 수출, 부정 영향 불가피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건설 방안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끝내 국회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당장 6년 후인 오는 2030년부터 원전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원전 기업들이 해외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원전 중단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국회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고준위 특별법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이날 결국 본회의 안건 상정에 실패했다. 당초 해당 법안은 여야 원내대표가 막판 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통과가 기대됐지만, ‘채상병 특검법’ 정국이 지속되며 여야 정쟁의 여파로 끝내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을 처분·관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21대 국회에서만 총 3건의 법안이 발의돼 10여차례 이상 논의를 진행했으나 저장용량 등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간 수차례 정부와 에너지 업계, 원자력 관련 학회·기관, 원전 소재지 주민들 등이 고준위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으나 국회가 이를 외면한 것이다.

한국은 지난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왔으나 정작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전용 관리시설(방폐장)이 없어 각 원전 내 습식저장조에 임시로 이를 보관해왔다. 그간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8000여t에 이르고, 향후 32기에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가 4만4000여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월성원전 전경. [헤럴드DB]

문제는 이 임시저장조마저 오는 2030년부터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 순으로 습식저장조 포화가 예정돼있다. 월성 원전(2037년), 신월성 원전(2042년), 새울 원전(2066년)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 및 에너지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한 관리시설을 짓는 데만 최장 37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시설 건설 전까지 이를 보관할 중간저장시설을 만드는 데만도 최소 7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대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2016년과 2017년 원전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사례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해당 법안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통과 시점을 장담하긴 힘들다. 의원 입법 등을 통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고준위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해도, 개원 직후에는 원 구성 협상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당분간 특검법 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후에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및 예산정국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제대로 된 법안 논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금도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늦었는데 또다시 기약이 없어진 상황”이라며 “직전 국회서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새로 국회가 개원하면 법안 발의부터 상임위 설득, 여야 간 논의 등을 모두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입찰을 진행 중인 체코가 운영하는 두코바니 원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해외 원전 수주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통해 원전을 탄소 중립을 실현할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는 동시에 방폐장 건설을 전제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는 경우 EU의 금융 지원 등의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원전을 운영 중인 주요 국가 중 고준위 방폐장 건설 부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 코리아’를 이뤄 해외 원전 수주에 나서고 있다.

특히, ‘팀 코리아’는 총 사업비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가 2파전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가려질 예정이다. 한국이 체코원전을 수주하게 된다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해외원전 수주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직접 체코 현지로 날아가 원전 수주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체코 외에도 원전 확대를 추진 중인 폴란드, 영국, UAE 등에서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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