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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거부권 635번 쓰고 1023번 기자회견 연 루스벨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한 4개 쟁점 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개정안)과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농어업회의소법’(이상 제정안)을 대상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지난 21일 ‘채상병특검법’에 대해서 거부권을 쓴 데 이은 것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7번째, 법안 개수로는 14건이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된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여당 의견을 따랐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의 일방 독주 악법이 없다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없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 방위”라고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재입법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뜻에 맞서 대통령이 아무리 거부권을 남발해도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했다. 차기 국회에서도 야당의 입법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반복될까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크다.

대통령의 거부권의 헌법상 근거는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15일)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53조 제2항이다. 추 원내대표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을 위한 수단”이라며 “미국 대통령제에서도 역사상 2595건이 발동됐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중 635건을 행사했다”고 했다. 지극히 맞는 얘기다. 그러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선거에 의해 구성된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법안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국민에 충분히 설명되고 납득돼야 한다는 것이 필요충분 조건이다. 백악관역사협회 기록에 따르면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2년(1933~1945년)의 재임기간 동안 1023번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정치적인 비판의 표적이 됐고, 많은 이해집단의 반발 대상이 됐다. 거부권 행사와 기자회견 횟수가 모두 역대 미 대통령 최다인 배경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과 운영방향대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헌법은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킨 법 또한 국민의 뜻이다. 거부권의 전제가 대국민 소통이어야 하는 이유다. 루스벨트는 기자회견 뿐 아니라 ‘노변정담’이라고 불리는 대국민 라디오연설을 30차례나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회견을 2번 했을 뿐이다. 거부권 행사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 소상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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