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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는 왜 무너지지 않을까? [로버트 도너 - HIC]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나의 죽음에 대한 보도는 굉장히 과장되었다”(마크 트웨인)

세계 기축 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종말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 회자돼 오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연극이라면 1970년대의 독일 마르크, 1980년대의 엔화, 2000년대 초의 유로화, 그리고 최근의 위안화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주연 배우들을 바꿔가며 계속 상영 중인 것이다.

지속적인 관심의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다. 글로벌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감소했고 그 사이 독일, 일본, 동아시아 전반 및 중국이 시기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됐던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고도로 양극화됐으며 점점 더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국내 정치는 외국인과 미국인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출을 유지하기 위한 부채 한도 상향 법안과 관련해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벼랑 끝 전술은 미국의 재정 관리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게 만든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전례 없는 규모로 동결하는 등 미국의 금융 제재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러시아 및 기타 국가들 사이에 미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대안적인 금융 협정을 개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촉발됐다.

세계는 무역적으로는 디커플링되고 있지만 금융적으로는 아직 디커플링되지 않았다. 달러화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지배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중앙은행 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이후 꾸준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58%로 (대략 1995년 비율) 2위인 유로화보다 거의 3배 더 높다. 이외에는 6%를 넘는 통화가 없다. SWIFT 결제망을 이용하는 전체 결제의 약 4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며, 전체 외환 거래 중 88%에 달러가 연관돼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조폐국(BEP)에서 인쇄된 1달러 지폐를 검사하기 위해 돋보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가 지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과 미국의 금융 제재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주요 환거래 은행의 계좌를 통해 전 세계 수만 개의 은행을 연결하는 허브 앤 스포크 시스템(hub and spoke system)이다. 본질적으로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금융 거래는 미국 은행이나 은행의 미국 지점 또는 미국 금융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고 이에 의존하는 은행을 수반한다.

‘달러의 지배’에 대한 온갖 압박과 불만에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가 보이는 회복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경제 규모만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다면 파운드와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는 세계의 주요 준비 통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분석가들과 미국 재무부는 미국의 넓고 깊고 또 유동적인 자본 시장과 포트폴리오 자본 이동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 잘 발달된 금융 부문 규제 및 잘 확립된 비자의적 법률 체계를 달러와 미국 금융 시장이 수행하는 역할을 뒷받침하는 토대로 보고 있다.

게다가 네트워크 효과의 존재로 인해 한 통화에서 다른 통화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히 많은 관성이 작용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된 것은 1870년대다. 즉, 최소 50년 어쩌면 많게는 80년이라는 시간과 영국을 고갈시킨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로서 영국 파운드화를 제칠 수 있었던 것이다.

금융 및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과거보다 훨씬 빠른 통화 전환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궤도만큼이나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법적 궤도(legal rail)’도 중요하며, 법적인 판례는 기술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오늘날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은 투박하고 구식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소송을 겪으면서 거래 실패, 거래 실수 또는 분쟁이 발생한 거래의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선례가 확립돼 있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100달러는 송금하지만 1억달러는 송금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떤 통화가 미국 달러의 뒤를 이을지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것 또한 기축 통화 지위를 위상, 힘, 자국 통화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가져오는 전적인 혜택으로 보는 경향 때문이다.

사실 이에는 비용과 책임이 수반되고,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억제하려고 노력해 온 국가들도 있다. 한 국가의 통화가 주요 준비 통화의 지위를 얻고 상당히 국제적으로 사용되면, 국내 통화 정책 및 환율에 대한 통제력을 일부 상실하게 된다. 자국 통화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 증가는 환율 강세, 수출 감소, 무역 수지 악화를 의미하며, 이는 강력한 수출 부문이 성장을 주도하는 국가에는 문제가 된다. 독일과 일본은 모두 이러한 이유로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억제해 왔다.

준비 통화 지위에는 또한 기꺼이 책임을 지고 글로벌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지난 세기 초 미국은 적극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사용을 확대하고자 노력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 참전한 유럽 국가들에 의해 대규모로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매커두(McAdoo) 재무장관은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것을 중단하는 대신 미국 증권 거래소를 폐쇄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의 2개 건물 중 하나인 매리너 S. 에클레스의 전경 [연준 자료]

반면, 중국은 지금까지 위안화의 국제화와 그와 연관된 자본 이동성을 추구하는 데 있어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15년의 위안화 평가 절하와 그에 따른 자본 유출 통제 강화는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급격히 후퇴시켰다.

연방준비제도의 관리들은 연준의 권한이 미국의 고용 문제와 인플레이션에만 국한돼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연준은 다른 국가의 사건이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인정했으며, 이 사실을 심의 시 고려된다. 미국 밖에 거의 40조달러에 달하는 외국은행 및 비은행 달러 부채가 존재하고 이들 기관이 60조달러 이상의 달러 외환 스왑 의무를 보유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 상황은 미국 금융 시장 및 통화 정책의 효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은 로버트 맥콜리(Robert McCauley)의 최근 논문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2008~2010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22년에 발생한 코로나19 동안 분명히 드러났다. 2008년 연준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14개 중앙은행으로 스왑라인을 확대했고 이 중 5개 라인에는 금액 한도가 없다. 스왑라인 인출액은 6000억달러에 도달하며 정점을 찍었고, 이는 연준이 시행한 양적 완화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연준은 외국은행이 주요 참여자인 기간입찰대출(TAF) 하에서 은행에 대한 대출을 정규화하고 확대했다. 또한 연준은 머니마켓펀드와 기업어음(CP)에 자금을 투입해 해당 시장을 안정시켰다. 2020년 연준은 미국 재무부 채권과 정부산하증권 및 투자 등급 회사채를 대규모 매입함으로써 이러한 조치를 확대했다. 이러한 조치의 효과는 채권시장을 통해 널리 확산돼 신흥시장 채권 가격 또한 안정시켰다.

글로벌 시장 안정을 위한 연준의 노력은 아마도 이타주의나 달러의 역할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제공하는 달러 시장에 대한 백스토핑(방어벽)은 다른 어떤 중앙은행의 능력이나 의향을 훨씬 넘어서며, 미국 안팎에서 달러 시장을 크게 강화한다.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은 기타 통화와 기타 금융 시장을 점점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더 광범위하고 사실 상 더 대담한 금융 제재의 사용은 이미 대안적인 투자 및 결제 매커니즘을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안적인 결제 매커니즘만으로는 기축 통화 및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금융 시장의 규모와 범위, 미국 밖에서 달러의 광범위한 사용, 미국 금융 시장 안정성에 대한 외부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연준으로 인해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국 달러의 우위는 굳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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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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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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