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조합, 학교용지부담금 취소 소송 줄줄이 승소
입학생이 10명에 그친 서울 강서구 개화초에 학부모와 신입생이 들어서고 있다. 박혜원·김용재 기자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저출생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설립하기로 계획된 곳이 다른 시설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학교용지부담금 관련해서도 논의가 활발해지는데, 학교용지부담금 면제 요건에 부합하는 단지가 나오기도 하면서 폐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디에이치방배)은 당초 사업지에 초등학교를 짓기로 했지만 지난해 정비계획을 변경해 체육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방배5구역재개발조합과 서초구청이 방배 재건축사업지 일대에 이미 이수초, 방배초, 방일초 등이 있고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 추가로 초등학교를 짓는 게 여의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개발사업 시행 시 학교용지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거, 30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시·도 교육청과 협의해 적정한 학교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고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520만9000명으로 5년 전(545만3000명)보다 25만명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용지부담금 면제 사업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1995년 도입된 학교용지부담금은 지방자체단체장이 학교용지의 확보 또는 학교 증축을 위해 개발사업 시행자에 징수하는 부담금이다. 학교용지 확보법에 따라 100가구 이상 규모 개발사업이라면 아파트 분양 가격의 0.8%를 내야 한다. 단, 학교용지확보법 제5조 5항 2호에는 ‘최근 3년 이상 취학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학교 신설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시·도지사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일례로 법원은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아파트를 짓는 한 지역주택조합이 시를 상대로 낸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목포시와 전남도 전체 학생수의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해당 아파트가 지어져도 초등학교 증축이 필요할 정도의 학생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전남도교육감은 학교시설 증축에 필요한 금액 중 일부인 17억8034만원을 해당 지주택조합에 부과하고, 인근 초등학교 학급 증축과 시설 확충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입주한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역시 서초구청이 부과한 학교용지부담금 중 일부를 돌려 받았다. 원베일리조합은 ‘취학인구가 줄고 학교 신설 수요가 없는 지역’이라며 2021년 서초구청에 낸 학교용지 부담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해 일부 승소해 8억1900만원을 돌려받았다.
건설업계에서는 학교용지부담금 감소가 분양가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입장문에서 “분양가 4억5000만원 아파트의 경우 약 360만원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비와 건축비로 분양가가 구성되는데 학교용지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면 분명 비용이 줄어들긴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분양가 구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로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것을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학교용지부담금을 올해 50% 줄이기로 했고, 2025년부터는 없애기로 했다. 지난 달 기획재정부는 ‘부담금 일괄 정비를 위한 22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학교용지부담금 폐지도 포함됐다. 물론 이같은 부담금 폐지에 대해 교육청 반발은 극심한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학교용지부담금이 폐지되면) 특정 지역 개발과 이익을 위해 전 국민의 세금이 쓰이게 될 것”이라며 “새 학교를 설립할 때 교부금을 써야 하는데, 교육 활동에 사용할 사업비를 감축하는 방법 밖에 없어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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