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침냉각 방식 적용 검토 움직임 일어
정유업계 선제적 제품 연구개발 나서
전기차가 충전 중인 모습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일부 완성차(OEM) 업체가 전기차 열폭주 방지를 위해 액침냉각 배터리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유업계도 선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액침냉각 윤활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셀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제어하는 솔루션으로 전기차의 성능 유지, 효율 향상은 물론 안전성과 직결된다. 특히 현재 주류인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전지는 외부 충격이나 덴드라이트(금속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 형성으로 열폭주가 발생하기 쉬워 냉각 시스템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는 화재를 예방하고 열폭주를 방지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데이터센터에 적용 중인 액침냉각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액침냉각은 배터리나 데이터 서버,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이 지속적으로 열이 발생하는 물체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플루이드(유체)에 담가 직접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이나 기존 튜브 등을 활용한 간접 수랭식보다 효율이 높다.
이미 일부 기업은 액침냉각 방식의 배터리를 개발해 실증하고 있다. 냉각 성능이나 충전 속도 등을 다른 냉각방식과 비교 분석하며 제품·양산화 적정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액침냉각을 적용하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브랜드는 패러데이퓨쳐스, 싱 모빌리티, 리막, 맥라렌, 코닉세그 등으로 파악된다”며 “향후 중저가 차량에서도 침투율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기차 100만대당 그룹Ⅲ 윤활기유 수요가 0.5% 증가할 것으로 황 연구원은 예상했다. 2030년 4000만대를 기준으로는 수요가 20% 늘어난다는 의미다.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원료로 점도와 사용처에 따라 그룹 Ⅰ~Ⅴ로 나뉘는데 그룹Ⅲ 이상을 고급 기유로 분류한다.
이 같은 점에 정유업계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른 윤활기유 성장성과 높아지는 배터리 냉각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 나온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윤활유와 기술적으로 개념이 같기 때문에 충분히 전기차 배터리용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면서 “배터리 제조사의 기술 개발과 병행돼야 하는 부분인 만큼 동향을 살피면서 기술 확보를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K엔무브의 열관리 윤활유가 적용된 온도제어시스템 [김은희 기자] |
국내 정유 4사는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액침냉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수요에 전기차 배터리용 제품 니즈까지 확대되면 액침냉각 시장 개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에 뛰어들어 최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스템 시범 운용을 마쳤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ESS 등 다양한 전기·전자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이다. SK엔무브 관계자는 “글로벌 점유율 40%의 윤활기유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등 열관리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하며 열관리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기업과 협업해 관련 설비의 액침냉각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용 등 분야별 특화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가 출시한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 [GS칼텍스 제공] |
에쓰오일(S-OIL)과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액침냉각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S-OIL은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에서 액침냉각 윤활유 시제품에 대한 최종 실증 평가를 진행 중이다. 데이터센터용 제품 개발에 우선 집중하되 전방산업 확대에 따라 제품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모양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윤활기유 기술력과 열관리 노하우를 기반으로 액침냉각 기술 개발과 제품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향후 제품 출시에 대비해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에 대한 상표권도 등록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