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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코·니콜라스 파티…올 가을, 판 커진 ‘장외 전시’ 열전 [요즘 전시]
키아프리즈 앞두고 대형전시 많아져
미술관·갤러리·경매사 특별전시 '눈길'
니콜라스 파티, 복숭아가 있는 초상, 2024. [호암미술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 가을 서울이 굵직한 미술 전시로 뜨겁게 달궈진다. 다음 주에 막을 올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9월 4~7일)과 ‘키아프 서울’(9월 4~8일) 기간에 맞춰 국내 주요 미술관과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국내에서 평소 보기 어려운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를 줄지어 선보이면서다. 해마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라는 구심점이 생기면서, 서울이 세계 미술인들의 시선이 쏠리는 멋진 무대가 가득한 도시로 떠오르는 것.

특히 올해는 판이 더 커졌다. 이 기간에 국내 양대 미술 축제인 부산비엔날레(8월 17일~10월 20일)와 광주비엔날레(9월 7일~12월 1일)까지 겹쳐 열리는 데다, 정부가 여러 미술 행사를 연계해 직접 홍보에 나서면서다. 헤럴드경제가 이중 꼭 봐야 할 전시를 소개한다.

[그래픽 이정아 기자]

평소 보기 어려운 작품들, 국내 미술관 발걸음
서도호, 공인들, 2024. [아트선재센터]

가을 미술 대전의 포문을 연 건 세계적 설치미술가 서도호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지난 17일부터 개인전을 열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올해 4월 미국 워싱턴DC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정원에 설치된 그의 대표작 ‘공인들’이 살아 움직이는 조각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는 지난 몇 년간 세계 미술시장에서 ‘몸값’을 높였으나 최근 다소 주춤해진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가 잇따른다.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마그리트’ 별칭을 가진 파티가 한국에 머물면서 직접 그린 파스텔 벽화 5점이 가장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는 전시의 흥행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60여명의 아시아 여성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 예술을 신체성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마크 로스코, No. 16 Green, White, Yellow on Yellow, 1951. [페이스 서울]
피노 컬렉션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 얀 보, 무제, 2021. [송은]

4일에는 억만장자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청담동 송은에서 열린다. 그는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 기업 케링의 창업주이자,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 소유주이기도 하다.

5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 개인전을 시작한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융합하는 실험적 작업을 해온 작가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다. 같은 날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북유럽 출신의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 전시를 연다. 집, 수영장, 레스토랑 등 공간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50여 점을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로 선보인다.

북촌에 새로 개관하는 푸투라 서울이 이날 개관전으로 여는 레픽 아나돌 개인전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예술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는 작가다. 아나돌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이 수집한 약 14만 개의 각종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실시간 분석해 제작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해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심혈 기울인 갤러리 전시도 잇따라
데릭 애덤스, 나의 소녀들은 어디에, 2024. [가고시안]

미술관 뿐만 아니라 갤러리들이 준비한 특별 전시를 놓친다면 진짜 미술 애호가라고 할 수 없다. 갤러리는 학술 성격을 가지는 미술관과 달리, 작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시를 여는 곳이다. 그런데 이 시기만큼은 심혈을 기울여 미술사적 의미를 갖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한다.

세계 최정상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연다. 미국 작가 데릭 애덤스를 소개하는 개인전으로, 3일부터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막을 연다. 작가가 자신의 브루클린 스튜디오와 전 세계에 위치한 뷰티 매장 쇼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선보인다.

서울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는 4일부터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한국의 단색화 대가 이우환의 2인전을 개막한다. 2018년부터 최근작까지 이우환의 대표 회화와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함께 살펴보는 전시다. 이우환이 로스코의 유족과 협력해 직접 큐레이팅했다.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는 3일부터 아일랜드 출신의 추상 화가 션 스컬리와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독수리 작품을 전시한다.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 있는 화이트 큐브 서울은 4일부터 멕시코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재해석한 자연의 기하학적 형상 작업을,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은 5일부터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조앤 조나스의 초기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다.

존 배, Shared Destinies, 2014. [갤러리현대]

한국 갤러리들도 출격한다. 국제갤러리는 자수 작업으로 잘 알려진 함경아와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을 30일부터 동시에 개막한다. 재미교포 원로 조각가 존 배는 갤러리현대에서 11년 만에 한국 개인전을 연다. PKM 갤러리는 한국 추상회화 1세대 작가 유영국 개인전을 지난 2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미술품 경매사도 특별 전시를 마련했다.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는 일본 유명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과 도예가 박영숙·이우환의 2인전 ‘마인드풀니스’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필립스옥션은 30일부터 서울 삼청동 송원아트센터에서 니콜라스 파티, 우고 론디노네, 조지 콘도, 살보 등 미술 시장의 인기 작가 작품 중 하늘색이 주조인 작품들을 모은 특별전을 시작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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