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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헌재, 탄소감축량 설정 요구...산업 현실 충분히 고려해야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게 미래세대의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면서 2030년까지만 목표를 세운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재판관 전원이 판단한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기후 소송’은 지난 2020년 청소년 19명이 처음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이후 청구된 3건이 병합됐다. 쟁점은 정부가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 국가기본계획 등에서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가 적정한지 여부였다. 헌재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의 40%까지 낮추도록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 8조 1항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아예 제시하지 않은 것은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해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헌재는 다만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비율을 40%로 규정한 건 문제가 없다고 봤다.청구인들은 감축목표가 기후 위기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더 강화할 수 없다고 맞선 부분이다. 헌재는 목표치 설정은 합당하며 구체적 수치는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당장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먼 얘기도 미룰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폭염과 가뭄, 폭우와 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다. 최근 국내 물가 상승분의 10%정도는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도 있다. 농림어업 성장률을 최대 1.1% 낮추고 건설업은 최대 0.4% 하락시킨 것으로 나왔다. 기후변화가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탈탄소가 국제적 표준이 돼가는 것도 현실이다. 유럽 수출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하고 2년 뒤엔 탄소 배출이 많은 품목에는 관세가 붙게 된다. 수출에 영향이 큰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산업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 있다. 2030년까지 40% 탄소배출량 감축 달성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곳들이 많다. 기업으로선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 조원 이상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산업현장의 가중되는 어려움을 고려해 현실성 있는 목표치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 비용부담이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 지원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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