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등 고가지역들에서 두드러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금융권에 주문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대출자격이 제한되자 주택 매수 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10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연초 대비 크게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만해도 서울에서 집합건물 매수자들의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이 1월 54.08%, 2월 55.32%, 3월 58.04% 수준이던 것이 7월 50.93%로 내려가더니 8월 49.63%, 9월에는 49.14%로 절반을 넘지 못한 것이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통상 대출금의 120~130% 안팎으로 설정된다. 즉 채권최고액이 줄고 있다는 것은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는 수년간 연도별 채권최고액 비율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했다.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0년 48.09% 였던 서울의 최고액비율은 2021년 51.02%, 2022년에는 56.63%, 2023년에는 54.41%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떨어진 채권최고액비율이 반영되며 올해 평균은 52.17% 수준이다.
채권최고액 비율이 큰폭으로 하락한 것은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 등 인기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1월과 9월 채권최고액을 비교했을 때 노원구(59.52%→58.95%), 도봉구(58.30%→59.08), 강북구(56.27%→59.21%)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강남구(42.65%→40.27%), 서초구(49.38%→40.51%)는 크게 내려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채권최고액 비율이 고가 주택들이 몰린 강남을 위주로 줄어든데는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원리금상환비율)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DSR은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평가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데,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향후 금리가 인상됐을 때를 고려해 차주의 대출 한도를 한층 엄격하게 평가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최근 강남 집값이 크게 오른데다 대출규제가 까다로워지며 초고소득자 아니고는 강남에 집을 사며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면서 “당분간은 현금부자 아니면 고가주택을 구매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니 한때 가파르게 치솟던 집값도 소강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체인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가격이 상승된 거래 비중은 48.5%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4개 자치구(중구·송파구·양천구·강서구)를 제외한 21개 구에서 상승 거래 비중이 줄어들었다. 앞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와 함께 상승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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