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7일 LG아트센터 서울서 공연
시간의 흔적이 남긴 아름다움 만날 것
프랑스 연출가 필립 드쿠플레의 ‘샤잠!’ [LG아트센터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절친한 친구의 딸이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해 저도 BTS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K-팝 뮤직비디오의 시각적 이미지, 무용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특출난 나라에서 다시 공연할 수 있어 기쁩니다.”
프랑스 복합예술을 이끄는 연출시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63)가 오랜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내한은 지난 2016년 ‘콘택트’ 공연 이후 8년 만. 그간 무척이나 달라진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을 보고 겪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K-팝 공부는 속성으로 진행 중이다. 그는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K-팝 콘텐츠를 모두 봤다”며 “특히 그들의 춤을 어떻게 저렇게 잘 촬영해 뮤직비디오로 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가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드쿠플레가 K-팝은 물론 뮤직비디오, 나아가 한국영화에까지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의 작업적 태생이 영화와 공연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그의 공연을 단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어 ‘드쿠플러리’라는 수사를 붙였다. 그는 “처음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공연을 하게 됐다”며 “음악가들을 위한 비디오 클립이나 영화, 코미디 뮤지컬 공연을 하며 이 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드쿠플레가 바라본 K-팝과 K-팝 아티스트는 무결점의 ‘완벽한 세계’다.
“K-팝은 엄청난 마케팅의 결과이자 창조성을 가진 콘텐츠예요. 놀라운 의상, 연출, 그것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작업 역시, 엄청난 창의력을 필요로 하죠. K-팝 아티스트는 모두 극적으로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필립 드쿠플레 [LG아트센터 제공] |
1983년 설립한 데세아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드쿠플레는 무용수이자 안무가이면서 영화, 건축, 패션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을 이어가는 올 라운더(All rounder)다. 지난해엔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출연한 프랑스 카바레 쇼 ‘크레이지 호스’의 ‘욕망’을 연출했다.
이번 방한은 1999년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던 그의 대표작 ‘샤잠!’을 한국 관객에게 다시 선보이기 위해서다. ‘샤잠!’은 칸영화제 50주년을 기념해 제작, 1998년 초연됐다. 이번 작품은 그의 무용단 창단 35주년을 맞아 3년 전에 다시 만진 리뉴얼 버전을 선보인다. 무대에선 20여년 전 16㎜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과 시간이 흘러 현재를 맞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모습이 중첩된다.
그는 “(이번 작품에선) 1998년엔 20대였고, 이젠 50대가 된 여성 무용수가 여전히 솔로 춤을 춘다”며 “이전보다 기술적인 면이 부족할 수 있지만 시간이 동작에 큰 흔적을 남기진 않는다”며 “52세의 무용수는 기술적인 면의 95%를 수행한다. 그가 주는 충만한 우아함, 큰 존재감 등이 부족한 5%를 채운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아름다운 존재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무용은 ‘젊음의 예술’이지만, 드쿠플레의 ‘샤잠!’은 시간의 길이를 삼켜버린 나이든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연출가 필립 드쿠플레의 ‘샤잠!’ [LG아트센터 제공] |
“무용은 인간이 어떤 시련을 겪었더라도 신체에 흔적이 별로 남지 않게 해주는,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훌륭한 움직임이에요. 50세쯤 된 무용수가 춤추는 모습을 보며 ‘50세 무용수의 몸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시간의 흔적이 있지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무대는 본격적인 막이 오르기 전부터 관객과의 호흡을 시도한다. 그는 “공연장에 15분 일찍 도착하길 권한다”고 했다. 이 때부터 시작하는 극장 로비에서의 퍼레이드 역시 공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털모자를 쓴 공연단이 춤을 추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귀띔이다.
‘샤잠’은 변신을 부르는 ‘마법의 소리’이자 마법사들의 주문이다. 프랑스에선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동의어를 더 많이 쓴다고 한다. 드쿠플레는 이 작품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일상을 보내는 관객들에게 즐거움, 내면의 쾌락까지 허용할 수 있는 신선한 공기방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